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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 거부라는 칼자루를 쥐고 있지만 이 상태가 지속되면 그 칼자루를 빼앗길 수도 있다.”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신임 원장의 취임 일성은 날카로웠다. 조정 참여에 미온적인 의료계에 일침을 가함과 동시에 참여율 제고를 위한 의지를 나타냈다.
지난 달 취임한 박국수 의료중재원장은 14일 출입 기자단과 간담회를 갖고 의료분쟁 조정 개시율 제고 필요성을 강조했다.
취임 후 한 달여를 보낸 신임 원장은 50%에도 미치지 못하는 조정 개시율을 가장 심각한 문제로 진단했다. 조직의 존립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까지 들었다.
실제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조정 개시율은 개원 첫해인 2012년 38.6%에 불과했고, 이후 소폭 상승했지만 2014년 48.9%로, 여전히 50%를 넘지 못했다.
박국수 원장은 저조한 조정 개시율의 원인이 의료계의 불참에 있음을 인지하고 혀를 찼다. 법조계 출신인 만큼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태생 배경을 잘 알기에 안타까움은 더했다.
의료중재원 설립의 근간이 된 ‘의료사고 피해 구제법’은 누구보다 의료계가 원했고, 무려 23년 만에 결실을 맺었음에도 활용도가 높지 않은 상황이 아쉬웠다.
박국수 원장은 “의료분쟁 조정기구는 의료계가 오랫동안 희망해 오지 않았나. 하지만 설립 후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참 안타까운 일이다”라고 평했다.
물론 의료인 입장에서는 조정 과정의 번거러움과 조정결과에 대한 불만 등을 토로할 수 있지만 역으로 불필요한 소송을 피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 원장은 “가장 이상적 해결책 당사자 간 협상이겠지만 현실적으로 여의치 않은 만큼 소송으로 가기 보다 제3자에 의한 자율 조정을 활용하는게 차선책”이라고 피력했다.
특히 조정에 대한 의료계의 미온적 태도는 오히려 자충수가 될 수 있음을 경고했다. 환자의 조정신청을 의사가 거부하는 행태가 반복될 경우 더 큰 제약을 받게 될 것이란 지적이다.
비근한 예로 ‘의료분쟁 조정 자동 개시’를 골자로 하는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을 꼽았다.
의료계는 해당 법안을 ‘의료분쟁 강제조정법’이라며 결사 반대하고 있지만 앞서 조정에 적극 참여해 왔다면 이러한 법안이 발의될 이유가 없다는게 박 원장의 주장이다.
박국수 원장은 “의료분쟁 조정을 의무화 하는 법안은 어찌보면 의료계 스스로가 만든 것”이라며 “조정 개시율이 높았다면 필요가 없는 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의료계의 저조한 참여를 원망하고 채근하기 보다 원인을 파악하고 개선하기 위한 작업을 전개해 나갈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 일환으로 의료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기회를 자주 갖는다는 계획이다. 의료계와의 호흡을 통해 제도 개선 방향을 설정하고, 자연스럽게 조정 참여를 유도하겠다는 복안이다.
박국수 원장은 “앞으로 의료계와 소통의 기회를 자주 마련할 것”이라며 “환자나 의료기관 모두에게 중재원 활용도를 높이는게 궁극적인 지향점”이라고 힘줘 말했다.
한편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은 창립 3주년을 기념해 15일 오후 2시 백범기념관에서 ‘의료분쟁 해결을 위한 감정의 역할’을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한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법원과 의료중재원 등에서 시행하고 있는 의료사고 감정 제도 전반을 검토하고, 효율적인 의료 감정 방안에 대한 다각적인 논의가 진행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