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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견된 재난 '메르스'…무르익는 '복수 차관'
보건의료 전문가 부재 절감, 국회 차원서도 공감대 형성
[ 2015년 06월 15일 20시 00분 ]

꼬리가 몸통을 흔든다(Wag the dog). 메르스 사태에 대한 우리 정부의 인식일 것이다. 메르스 여파가 심상찮다. 각종 행사 취소는 무론 소비심리가 위축되며 내수 시장이 얼어 붙었다.

 

보다 못한 정부는 자영업자에 대한 저금리 대출 상품을 내놨고, 박근혜 대통령은 줄어든 해외관광객의 마음을 보듬고자 동대문으로 향했다.


한국은행은 메르스 여파를 이유로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기준금리를 종전 연 1.75%에서 1.50%로 0.25% 인하했다. 정치권에서는 사태 수습을 위한 추가경정예산 편성의 불씨가 솔솔 피어오르고 있다.


민심도 흉흉하다. 뒤늦은 메르스 발병·경유 의료기관 공개로 불신을 낳은 정부 탓에 각 지역 학교는 집단 휴교에 들어갔고, 의료기관에서 일하는 부모의 자녀에게 등교 금지령을 내렸다.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은 2주 새 10% 추락했다. 박 대통령이 2주 만에 10%p 이상 지지율이 하락한 것은 지난해 세월호 참사(11.8% 하락) 때와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 논란(10.2% 하락) 때에 이어 세 번째다.


'몸통'을 집어삼킨 메르스를 관장하는 보건의료 분야는 보건복지부에서도 ‘꼬리’에 불과했다.


2015년 보건복지부 예산 51.9조 중 약 20%인 9.9조가 보건의료 예산인데 그 중 건강보험 관련 예산을 제외한 순수 보건의료 예산은 2.2조로 전체 보건복지 예산의 4%에 불과하다. 보건의료 정책이 제 뜻을 펼치기엔 너무나 좁은 울타리다.


더욱이 2015년 보건의료 R&D 관련 예산 총액 6850억원 중 감염병 관련 예산은 전체의 4.4%인 307억뿐이다. 복지부 장‧차관과 청와대 수석과 비서관까지 보건의료 전문가가 단 한 명도 없다. 꼬리 중에서도 가장 '끝'이다.


꼬리가 밟혀 몸통이 흔들리고 있는 지금, 정치권에서는 여야를 가리지 않고 복수차관제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보건당국에 보건의료 전문가가 전혀 없어 메르스 조기 진화가 실패했다는 지적에 따라 보건의료 수장을 세우기 위한 움직임이다.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지난 9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복지부 장‧차관은 메르스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효율적으로 대처하기에는 보건의료 분야에 지식과 경험이 부족했다. 보건의료 전문가를 배제한 인사를 하다 보니 메르스에 대한 신속 대응이 불가능할 수 밖에 없었다”고 꼬집었다.


국회 메르스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새누리당 신상진 의원은 지난 14일 국회 메르스 현안보고에서 "보건부를 따로 독립하는 등 정부부처 개편을 논의하고, 질병관리본부를 더 크게 확대해 예산과 조직을 뒷받침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이명수 의원은 "복수차관제를 비롯해 전문 인력 확충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고, 새정연 김용익 의원 역시 "복지부에 보건, 복지 두 분야가 있으므로 복수차관제를 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메르스 사태 전인 지난해, 문형표 복지부 장관은 국정감사에서 “보건복지 업무 규모와 예산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며 “보건과 복지의 업무 전문성 제고를 위해 두 명의 차관이 필요하다”며 복수차관제 도입에 긍정적인 뜻을 보였다.


의료계 역시 2010년 대한의사협회를 중심으로 의료계 6개 단체, 사회복지계 23개 단체가 기자회견을 열어 ‘복수차관제’ 도입을 강력히 요구한 것을 시작으로 꾸준히 힘을 실었다.


복지에 밀려 등한시되고 있는 보건의료의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의료인 출신 장관, 적어도 차관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복수차관제 도입된 다른 부처 살펴보면…


현재 17개 부처 중 복수차관제를 시행하고 있는 곳은 기획재정부·미래창조과학부·외교부·문화체육관광부·산업통상자원부·국토교통부 등 총 6곳이다.


복수차관제는 2005년 7월 정부조직법 개정 때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등 4개 부처에 최초로 도입됐고, 2008년 2월 8개 부처로 확대 도입됐다. 마지막으로 지난해 세월호 수습 차원에서 정부조직을 개편한 후 지금의 6곳으로 자리매김했다.


2005년 도입 당시 정부는 “차관의 통솔 범위가 지나치게 넓은 일부 부처의 겨우 심도 있는 정책 결정과 효율적인 기관운영에 한계가 있다”며 “장·차관의 업무부담 과중을 해소해 정책품질을 향상시킬 필요가 있다”며 복수차관제 도입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복수차관제는 부처별 업무 특성을 고려, 수행기능이 이질적이고, 업무량이 방대해 업무를 분리해 전담할 필요가 있는 등 도입의 필요성이 현저히 높은 기관을 대상으로 하며, 한 차관이 해당 부처 기능 중 특정 전문 분야를 전담토록 할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부처 업무의 기능적 이질성 ▲조직 규모 및 차관의 업무량 ▲사회적 현안 발생 비중 등을 고려한 것이다.


이에 따라 재정경제부는 경제의 세계화 및 국가 간 의존성 증대로 국내외 경제 상황을 반영한 전략적 경제정책의 수립·시행 등 경제정책업무를 전담하기 위해, 외교통상부는 외교 정책을 총괄할 정책 업무와 양자·다자 협력 업무를 전담하는 외교업무의 전문화를 위해, 산업자원부는 미래 에너지 문제를 전담하기 위해 복수차관제가 도입됐다.


전문성이 필요한 각 분야의 중요성이 부각되던 때다.


2005년에는 재정경제부(재무부+경제기획원), 행정자치부(총무처+내무부), 산업자원부(무역․산업+자원․에너지), 교과부(교육+과학), 문화부(문광+홍보), 농림식품부(농림+수산), 국토부(건교+해양) 등 부처 통·폐합에 따른 업무량 분담을 위해 조직규모·통제범위 등을 고려됐다.


복지부 복수차관제 도입도 이명박 정부 출범에 앞서 인수위에서도 논의된 바 있다. 2008년 당시 인수위는 복지부와 여성가족부 등 다른 부처를 통폐합하고 복수차관제를 도입하기로 했지만 여성가족부 통합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복수차관제 도입이 무산됐다.


이후 2010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새정연(당시 민주당) 간사였던 주승용 의원과 복지부 장관을 지낸 진수희 전 의원 등이 관련 법안을 발의했지만 논의되지 못하고 흐지부지됐다.


주승용 의원의 개정안에 대한 당시 검토보고서를 살펴보면, 복지부 복수차관제에 대한 당시의 상황을 간접적으로나마 읽을 수 있다.


안전행정위원회는 해당 개정안에 대해 정책서비스의 질과 업무 분야별 전문성 향상을 긍정적 영향으로 꼽았다.


하지만, 정무직 인원 증가 등으로 인한 재정적 부담, 여타 부처의 정무직 증원 연쇄적 요구 우려 등을 이유로 면밀한 비교·분석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특히 2010년 청소년과 가족 업무가 여성가족부로 이관되며 개정안에 대한 신중한 검토를 요구했다. 여지없이 보건의료 분야 전문성 향상보다는 다른 부처 눈치 보기, 재정적 부담 등이 우선됐다.


차관 1명 늘리는데 약 2억 소요 예상


복수차관제 도입에 있어 가장 부담스러운 것은 정무직 수 증가에 따른 정치적 부담이고, 그 기저에는 재정적 부담이 자리한다. 그렇다면 차관 1명을 늘리는데 어느 정도의 비용이 소요될까.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차관 1명을 증원하는데 약 1억9700만원이 든다. 보수·수당 등 인건비, 직무수행경비·관서운영비 등 직접비용에 대한 추가 재정 소요를 추계한 것이다.


보수에서 연봉은 매년 물가상승률만큼 상승하는 것으로, 법정부담금(연금부담금, 건강보험료 등)은 보수의 9.91%로, 기타 수당은 2015년 수준을 유지하는 것으로 가정했다.


기타 직접비용과 관련해, 직무수행경비, 차량운영비, 관서운영비(3000만원 가정) 등 기타 직접비용은 2015년 수준을 유지하는 것으로 전제한 액수다.



2015년 복지부 예산 중 약 2.2조가 순수 보건의료 예산이다. 보건의료 담당 차관에게 약 2억원의 예산을 추가 편성하기에는 무리가 따랐던 것으로 보인다.


결국 복지보다 소홀히 여겨졌던 보건의료는 제대로 된 정책을 펴기엔 운신의 폭이 좁았고, 이는 컨트롤타워의 부재로 이어졌다.


그에 따라 보건의료 분야의 중요성은 부각되지 않았고, 스스로의 존재 가치를 증명하지 못하는 악순환을 그리며 지금의 메르스 사태를 맞은 것이다.


정부는 메르스 수습을 위해 20조 규모의 추경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는 속담은 이럴 때 쓴다.


19대 국회에서 복지부 복수차관제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개정안은 총 3건이 있다. 새누리당 이명수·박인숙 의원, 새정연 최동익 의원이 발의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그것이다. 이들 법안은 아직 한 건도 논의되지 못했다.


몸통을 흔들 수 있는 꼬리는 더 이상 꼬리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여야, 그리고 정부까지 메르스 진화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지금, 이들 법안은 ‘메르스 국회’라 불리는 6월 임시회에서 다뤄질 수 있을까. 

민정혜기자 mjh_nuit@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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