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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허가 된 나라로 떠나는 한국 의료진
네팔 대지진 참사·阿 에볼라바이러스 등 창궐…"인술(仁術)=사명" 실천
[ 2015년 07월 31일 20시 00분 ]

 

자연재해와 전염병, 전쟁으로 고통을 겪는 사람들을 위해 국경을 넘나들며 의료 활동을 펼치는 이들이 있다.

 

지난 4월 25일   네팔 수도 카트만두 서쪽 80km 지점에서 진도 7.9의 대지진이 발생해 무려 500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정부는 네팔 지진 피해 구호 지원을 위해 ‘대한민국긴급구호대(KDRT)’를  구성해 탐색구조팀과 의료팀, 지원팀 인력 54명을 파견했다.


의료팀에는 국립중앙의료원 의료진 10명,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 교육민간의료인력 5명이 참여했으며 네팔 티미 지역에 있는 한-네팔 친선병원에서 의료 지원 활동을 벌였으며 의사단체와 병원, 민간 단체들이 잇따라 동참했다.


네팔 현지에 도착한 많은 의료인들이 여진의 위험을 무릅쓰고 매일 강행군을 펼쳤다.


부산에 본부를 두고 있는 글로벌 긴급의료구호단체 재단법인 그린닥터스의 ‘네팔 지진 의료봉사단’도 네팔 수도 카트만두에 베이스캠프를 차리고 7박 8일간 인근 지역 의료봉사를 펼쳤다.


봉사단은 첫날 카트만두에서 북동쪽, 차로 1시간 30분 걸리는 사쿠 지역을 향했다. 의료진이 도착했다는 소식에 수백 명의 주민들이 의료 캠프로 몰려들었다.


당시 현장 상황은 열악했다. 봉사단은 군인들에게 임시로 빌린 천막을 병원삼아 맨바닥에 임시로 천을 깔고 앉아 환자를 진료했고, 환자들에게 의약품을 나눠 주는 손은 모자랐다. 이후 봉사단은 네팔 대지진 참사 최대 피해지역인 신두팔촉 지역으로 떠났다. 진앙지와 가까운 지역으로 여진의 위험이 잔존해있는 곳이었다.


당시 활동을 펼친 의료진은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곳이지만 현지인들도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척박한 산간지대라 구호단체의 손길이 미치지 못한 곳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신두팔촉 내 오지마을 게우라니에 도착한 의료봉사단은 눈앞에 펼쳐진 처참한 광경에 한동안 할 말을 잃었다. 300여 가구가 산다는 이 마을은 대지진 후 성한 가옥이 하나도 없었다. 


그린닥터스 봉사단원들이 도착하자 주민들은 “지진 발생 후 처음으로 구호팀을 보게됐다”며 기뻐했다.

 

봉사단은 빈 공터에 임시로 천막을 세우고 전기 공급이 되지 않아 겨우 공수해간 발전기로 의료장비를 가동시켰다. 의료진이 자리를 잡기도 전, 이미 수백 명의 주민들이 몰려들고 있었다.


이날 그린닥터스 의료진은 심각한 부상을 입고도 치료를 못 받고 있던 마을 주민 300여 명을 진료했다. 당시 치료를 받은 수실라 기리(10·여) 양은 무너진 잔해에 맞아 이마에 상처가 나고도 9일이 지나서야 그린닥터스 의료봉사단을 만나 7바늘을 꿰매는 긴급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수술을 집도한 온종합병원 최경현 원장은 “세계 각국에서 여러 의료봉사단체가 네팔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여전히 구호의 손길이 더 많이 필요하다”며 “의료봉사 기간 동안 최대한 많은 환자들을 돌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의료봉사를 마치고 베이스캠프로 돌아온 그린닥터스 정근 단장은 “오가는 시간만 10시간이 넘었고 단 1분도 쉬지 못하고 환자를 돌봐야하는 고된 봉사지만, 아직도 심각한 네팔의 현실을 보면 가는 날까지 우리의 손길을 필요한 곳에 마지막 1명의 환자까지 돌보아야겠다는 각오를 다지게 된다”고 말했다.

 

2014년 7월부터  최근까지 2만6593명을 감염시키고 1150명의 목숨을 앗아간 ‘에볼라 바이러스'. 국내에서도 우리나라 국민이 질병의 진원지로 투입되는 상황을 두고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해외 의료진과 구호팀마저 에볼라에 감염돼 사망했다는 소식이 들리자 에볼라 공포는 더욱 커졌다. 하지만 우려에도 불구하고 지원자 수는 예상보다 많은 의료인들이 긴급구호대를 자청했다.


보건복지부가 파견 인력 모집을 할 당시 의사는 35명, 간호사는 57명, 임상병리사 23명, 현장안전관리자 30명이 지원했으며, 이들 중 선발된 총 24명의 의료진이 3개월여간 서아프리카 대륙으로 파견돼 활동을 펼쳤다.

 

정부 긴급구호대는 총 3개월가량의 현지 활동기간 특별한 감염 사고 없이 성공적으로 임무를 마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지원활동 초기인 지난해 12월 말에는 의료대 1진 대원 1명이 채혈 중 주삿바늘 접촉으로 에볼라 바이러스 노출 가능성이 제기돼 독일로 긴급 후송되기도 했으나, 에볼라에 감염되지 않은 것으로 최종 확인돼 귀국했다.

우리 의료진이 활동하는 기간 시에라리온 현지의 에볼라 감염자 수는 급감 추세를 보였다.

 

최영미 의사 (1진 파견, 시화병원 응급의학과 과장 / 에볼라 환자 채혈 중 손가락이 바늘에 스쳐 고위험 노출)


- 처음에 사고를 당했을 때 에볼라에 걸리는가라는 두려움 보다는 ‘이렇게 시에라리온을 떠나야한단 말인가’하는 절망감이 앞섰습니다. (중략) 매일매일 테스트에서 음성이 나와서 건강하게 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한국에 있는 가족과 교회와 시에라리온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 우리 대원들을 생각하고 응원들에 힘입어서 잘 견뎌냈던 것 같습니다. (중략) 서아프리카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이렇게 국가적으로 참여한 대한민국이 굉장히 자랑스럽고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것에 자부심을 갖고 일을 하고 있습니다.

 

박교연 간호사(1진 파견, 민간간호사 자격으로 참여)


- 지난해 10월, 아셈 정상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님께서 에볼라 발생 지역에 국내 의료진을 파견한다는 보도를 호주에서 접한 뒤 “아, 이것이 내가 해야 할 일이구나”라고 생각하며 고민도 없이 서류를 지원하였습니다. ‘꿈을 밀고 나가는 힘은 이성이 아니라 희망이며, 두뇌가 아니라 심장이다.’라는 말처럼 도전정신이 저의 열정에 불을 지폈기 때문입니다. (중략) 대한민국 긴급구호대 파견은 국가에게도, 저에게도 많은 것을 남겼습니다. 처음에는 무조건 반대만 했던 국민들이 시에라리온에 다녀온 저희들을 응원해 주는 글을 보며 국민들의 인식이 변화된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또, 이 같은 활동이 국가이미지에 연관된다는 것을 몸소 체험한 저로서는 너무나도 영광이었습니다.


이러한 활동들은 우리나라 의료인들의 구호활동은 의료인으로서 사명감과 희생정신을 바탕으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적극 동참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또 에볼라 바이러스라는 신종 전염병 대응을 하는 데 국내 구호팀이 파견돼 활동한 경험은 우리의 방역 체계를 진일보시키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보다 실효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네팔 대지진 구호 활동에서 시스템 부재에 따른 어려움도 드러났다.  

너무 많은 절차로 지역을 통과하는 데도 어려움이 있을 뿐더러 구호물품 약탈 등 각종 범죄에 대한 위험에 노출됐다.


국내 의료기관 최초로 네팔 지진 현장인 카트만두 일원에서 1주일간 응급의료지원과 재난구호활동을 마치고 귀국한 명지병원 의료지원단은 “NGO를 비롯한 현지에서 활동 중인 네트워크와의 연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명지병원 의료지원단은 지난 10년 간 네팔 의료현대화 프로젝트를 공동으로 진행해온 아시안포럼이라는 현지 NGO 단체와 연계로 의료지원활동을 펼칠 수 있었으며, 네팔 복지부와 네팔의사협회에서 임시면허증을 발급받아 진료활동을 펼쳤다.


김인병 교수는 “현지 병원들은 이번 지진때 큰 피해를 당하지 않았으며 정상적인 진료를 하는 병원이 상당수였다”며 “재난 발생 초기에는 외상환자가 많아 현지 병원의 수용 능력을 초과했었으나 현재는 급성기가 지나 외상 환자가 감소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특히 김 교수는 “이후 들어가는 지원단은 네팔 현지와의 네트워크를 잘 파악한 뒤 들어가야 충분히 도움이 되는 활동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네트워크 연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왕준 이사장도 “명지병원은 지난 10년간 네팔과의 연대가 있었기 때문에 신속한 지원이 가능했다”고 말해 이를 뒷받침했다.


또 의료진의 해외구호 활동을 단순 시혜적 활동 내지 이벤트로 여기기보다는 이를 기반으로 국내의료 및 구호체계를 개선하고 발전시키는 계기가 돼야 한다.


이들은 에볼라 긴급구호대 파견 이후 신종전염병에 대한 방역 및 의료체계를 정비하는 것은 정부에게 주어진 중요한 임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의 앞선 지적은 에볼라 바이러스 긴급구호활동 이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로 큰 갈등과 혼란을 겪은 대한민국에 시사하는 바가 더욱 크다.

허지윤기자 jjyy@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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