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의료’하면 무엇이 떠오르나요? 착한 적자? 진주의료원? 가난한 자들을 위한 최후의 보루?” “공공의료가 바로 미래 의료에요. 공공의료는 재미있습니다.”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1회 젊은의사 의료정책콘서트 오프더레코드(off the record)에서 서울특별시동부병원 김현정 원장이 의과대학생들에게 던진 질문이자 답이다.
김 원장은 연세대 의과대학을 졸업해 아프리카 케냐에서 의료봉사를 하고 이후 뉴욕 코넬대학교 부속 특별수술병원에서 펠로우를 거친 뒤 아주대 의과대학 정형외과 교수를 역임했다.
기업에서 일한 경력도 있다. 화이자제약 및 존슨앤드존슨메디컬에서 일했으며 이후 공공병원인 서울동부병원을 이끄는 수장이 됐다. 또 <의사는 수술 받지 않는다> 등 다수의 책을 출간한 바 있다.
흔히 ‘공공의료’하면, 열악한 현실과 구조적 문제, 해결해야 할 것이 산적한 무거운 숙제로 논의돼왔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 이날 강연은 다소 달랐다. ‘공공의료는 재미있다’는 발상의 전환이었다.
김 원장은 가수 조영남씨가 부른 노래 화개장터를 개사한 동부병원 홍보노래를 들려주면서 “우리 병원은 '있어야 할 것 다 있고, 없어야 할 것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공공의료는 과잉진료, 임상시험, 불필요한 검사나 시술부터 들이대는 것 없다. 있어야 할 것은 다 갖춰주고 있다”면서 아마존 최고경영자(ceo) 제프 베조스의 말을 빌려 공공병원을 설명하기도 했다.
김 원장은 “제프베조스는 세상에 두종류의 회사가 있다고 했다. ‘고객에게 돈을 더 많이 쓰게 하는 회사’와 ‘고객에게 돈을 덜 쓰게 하는 회사’다. 병원도 두 종류가 있다”면서 “공공병원은 병원이 돈을 쓴다. 시민 혈세로 운영되기 때문에 그 돈을 잘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공공병원이 버릴 수 없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사람”이라며 “공공의료는 환자들에게 믿을 수 있는 친구”라고 비유했다.
그러면서 “공공의료가 원하는 인재상은 하나의 가치를 위해 모험하고 도전할 줄 아는 야전적인 사람”이라면서 "공공의료는 미래 의료이고, 우리가 만들 것이다. 그리고 우리 손에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의대생들이 마주하게 될 '의료' … "소통하고 공존해야"
의대생들에게 ‘현재 의료와 미래 의료의 모습’에 대해 설명하기도 했다. 김 원장은 “달콤하지 않은 이야기도 있을 것”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병원들은 막대한 돈을 들여 로봇수술 등 최첨단 의료기기를 사들이고 병원 규모를 늘리는데, 이 모습은 마치 ‘군비 경쟁’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성과주의, 실적주의의 병원 현실을 말하기도 했다.
김 원장은 “과거에는 호봉제였으나 이제는 연봉제와 성과급제로 바뀌었다”면서 “2002년 모 최고대학병원에 갔더니 ‘경축, 세계적인 컨설팅회사 맥킨지로부터 성공적 경영평가 수행’이라고 적힌 플래카드가 붙어있더라. 해당 병원은 자문 내용은 맥킨지로부터 연봉제와 성과급제를 도입하고, 건강검진센터를 건립하라는 자문받은 뒤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섰다”고 덧붙였다.
또 “과거에는 제약회사 등 기업의 고객이 병원과 의사가 ‘갑’이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대학병원 내에서 제약회사의 임상시험을 유치 건수도 연봉에 반영되면서 소위 갑과 을의 역전이 일어났다”며 “이제 대학병원 산학협력단이 직접 나서 제약회사의 임상시험을 유치하기 위해 애를 쓰기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환경 속에서 의사들은 실적과 소신 즉, ‘적정진료’와 ‘과잉진료’사이에서 딜레마에 놓여있으며 개원가 의사들은 요즘 ‘끙끙’ 앓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 정책은 정권마다 들쭉날쭉하며 일관성이 없고 전문성도 부족하다”며 “이로 인해 의료 현장도 혼란을 겪는다”고 말했다.
이어 “미디어, 보험회사 등 우리사회는 일반 국민, 환자들의 불안을 부추기고 있으며, 사람들은 민간 보험에 가입하고 불필요한 시술과 검사들을 받는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의대생이 마주하게 될 의료의 미래를 전망하기도 했다.
그는 “사실 이미 닥쳐온 미래”라며 “기술이 점점 더 발전하고 디지털화되면서 의사들이 할 일은 점점 단순해진다. 예전에는 심전도 찍고 나서 다시 의사에게 판독을 받았지만, 요즘은 기계가 다 판독한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도 행정화되고 있다”며 “여러 정책이 나오면서 이에 따른 행정업무, 문서작업들이 늘어나면 병원은 행정직 인력을 늘릴 수 밖에 없고 인건비는 늘어나, 병원 경영의 고비용 시대가 오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의사가 아닌 치료사들이 늘어나고 있고, 의사가 없는 의료가 생겨나고 있다”며 “은행이 점점 사라져간다고 하지 않느냐. 은행 이름은 있지만 지점은 사라지고 인터넷뱅킹으로 운영되는 것처럼 병원도 이렇게 될 수 있다. 잉여 의사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최근 여러가지 의료 혁신모델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환자를 중심에 놓지 않는 철학적 부재가 있다”고 비판했다.
김 원장은 “지금까지 말한 의료의 미래는 임박해있다”면서 “미래에 할 일을 feed the world(식량), fuel the world(에너지), heal the word(의료)라고 한다. 그 중 우리가 해야할 일이 바로 heal the world, 세상을 치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의대생들에게 “돈은 잊어버려라”며 “돈 때문에 의사가 되려고 했다면 번지수 잘못 찾은 것 같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이어 “하나의 눈으로 봐서는 세상을 볼 수 없다. 열려 있어야 하고 소통해야 한다. 다름을 인정하고 공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김 원장은 의대생들에게 “젊다는 것은 가슴뛰는 것이다. 또 고뇌하고 행동하는 것이다. 여러분이 우리보다 더 나은 의사, 더 행복한 의사가 되기를 바란다”며 “뜻과 꿈을 잃지 말고 계속해 가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