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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추진된 의료정책 상당수가 공수표였다. 부도 난 어음도 적잖았다. 문제는 재정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의욕이 앞섰기 때문이다. 이제 그 한계를 넘어설 여력이 생겼다.”
김강립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이 용두사미(龍頭蛇尾)로 끝난 많은 정책에 대한 자책과 함께 향후 의료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을 예고했다.
정책 실패 인정에 대한 부담 보다는 보건의료 분야 정책 입안자로서 제대로 된 정책을 수립, 전개해 보겠다는 포부가 더 확고하게 자리잡은 모습이다.
김강립 보건의료정책관은 15일 복지부 전문기자협의회와 간담회를 갖고 향후 의료정책 방향 및 주요 현안에 대한 소회를 피력했다.
우선 그는 “그동안 정부는 공수표를 많이 날렸다. 어음 중에는 부도 난 사례도 있다”며 정책 과오를 우회적으로 인정했다.
이어 “미처 예산 확보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책을 추진한 결과”라고 분석하며 “정책의 이해 당사자인 의료계 입장에서는 적잖이 답답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앞으로의 의료정책 패러다임은 달라질 것이라고 확신했다. 확신의 배경은 올해부터 새롭게 확보된 의료질평가지원금이다.
물론 이 예산은 선택진료와 상급병실료 개편에 따른 일선 의료기관들의 보상기전 성격으로 마련됐지만 복지부는 의료정책의 실효성 제고를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의료질평가지원금은 연평균 5000억원 규모로, 각종 평가를 통해 의료기관들에게 지급된다. 이 과정에서 정책의 효율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게 김강립 정책관의 견해다.
그는 “물론 의료계 일부에서는 선택진료비 보전비용으로 복지부가 생색낸다고 폄하할 수 있지만 의료기관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개해 나갈 여지가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의료정책 처음으로 예산을 정책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회가 왔다”며 “의료기관의 질 향상과 함께 국민들에게 상질의 의료가 제공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의료전달체계 반드시 개선”
향후 보건의료정책관으로서 꼭 풀어내고 싶은 과제로는 주저없이 ‘의료전달체계 개선’을 꼽았다.
당장 의료관련감염대책협의체에서 이 문제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만큼 최대한 실효성 높은 대안을 도출하는데 주력하겠다는 계획이다.
동네의원과 대학병원 간 환자의뢰 및 회송수가 마련 등도 의료전달체계 개선 방안 중 하나로 복지부가 추진 중이라고 소개했다.
김강립 정책관은 특히 중소병원들의 역할 정립에 의지를 보였다. 중소병원이 동네의원 및 대학병원과 대등한 입장에서 경쟁하는 현행 구조는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이를 위해 중소병원의 ‘전문성’과 ‘공공성’이라는 두 개의 역할론으로 구분, 관리나 지원 등을 달리해야 한다는게 김 정책관이 그리는 중소병원 역할 정립 모델이다.
즉 복합질환이 아닌 전문진료를 통해 전문성을 강화하면 대학병원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는 이미 ‘전문병원’이라는 제도가 운영 중이다.
문제는 중소도시나 농어촌 지역에 위치한 중소병원들이다. 김강립 국장은 이들 병원을 사실상 ‘공공의료기관’이라고 지칭했다.
지역거점병원으로서 해당 지역민들의 건강을 책임지고 있는 만큼 이들 병원의 공공성을 인정, 그에 부합하는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김강립 정책관은 “이번 전문병원 수가 신설 과정에서 지역거점병원들에 대한 지원 필요성을 더욱 절감하게 됐다”며 “이들의 역할 제고를 위한 환경 조성에 나설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강립 보건의료정책관은 동국대 사범대 부속고와 연세대 사회학과를 나와 미 시카고대대학원 사회복지정책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1990년 행정고시(제33회)에 합격해 첫 공직생활을 시작했으며 보험급여과장, 장애인정책팀장, 의료정책팀장, 보건의료정책과장, 보건산업정책국장, 사회서비스정책관, 연금정책관 등을 역임했다.
2012년 1월부터 주제네바 대한민국 대표부에 파견됐고, 지난 9월 복지부로 복귀해 보건의료정책관으로 발령 받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