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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본적인 응급의료체계 개편을 위해서는 환자가 병원에 도착하기 전(前) 단계에서의 '프로토콜'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시민단체 바른사회시민회의는 21일 프레스센터에서 ‘응급실 운영의 정상화 어떻게 해야하나’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현재 우리나라 응급의료체계에서 환자들은 어떤 병원 응급실을 방문할 지에 대한 무한한 선택권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증환자가 대형병원 응급실을 선택하는 것을 제한하기 위해서는 환자가 처한 응급상황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이에 적합한 병원을 안내할 시스템 등의 프로토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충남대 의학전문대학원 유인술 교수(前 대한응급의학회 이사장)는 “휴일 야간에 손이 찢어졌다면 비응급환자라고 해도 대형병원 응급실을 찾는다”며 “어떤 병원을 가야할지 정보가 없다보니 일어나는 일”이라고 전했다.
과거 국내에 도입됐던 ‘1339’ 전화번호와 같이 환자상담 기관 운영을 통해 환자 사전 분류 및 응급실 이용형태를 조정해야 한다는 것이 유 교수의 주장이다.
그는 “북미의 경우 구급차가 빨리 와야 할 것 같은 상황에는 ‘119’ 천천히 와도 될 것 같다면 ‘311’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영국, 일본 등은 구급차를 불러야할지 잘 모를 경우, 자가치료에 도움이 필요한 경우에 이용할 수 있는 전화번호도 따로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병원계는 환자가 의료기관에 도착한 이후 다른 병원으로 전원하기 보다는 병원 도착 전 적정한 병원에 환자가 이송되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
부산대병원 응급의학과 조석주 교수는 “부산의 경우 과거 ‘1339’ 이용실태를 보면 환자들의 70%가 안내받은 병원 응급실을 선택했다”며 "이미 의료기관에 환자가 도착했는데 다른 병원에 가라고 한다면 싸움밖에 나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대한병원협회 정영호 정책위원장 역시 “사실 환자를 설득할 시스템 없이 비응급환자에게 본인부담을 높이겠다는 정책을 보면 걱정부터 앞선다”며 "환자들 스스로 경증과 중증 분류에 따라 적정병원을 찾는 것이 국민 모두에게 좋다는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면 결국 모든 민원은 병원에 쏟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응급의료기관 정보 공유하는 컨트롤타워 필요”
또한 전문가들은 "과거 ‘1339’에서 나아가 환자를 비롯해 응급의료를 담당하는 각 기관들이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응급의료센터망 구축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정 위원장은 “응급실 과밀화 지수나 환자 대기상황 등을 전국 의료기관, 구급차 운용자, 구급대, 환자 등과 24시간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며 “정보공유 체계가 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응급실 인력‧시설 강화나 비응급환자에 대한 부담강화 등은 비용중심의 규제정책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부산대 응급의학교실 조석주 교수 역시 “가장 시급한 사안은 구급차 출동요청 전화와 분리해 중앙 응급의료센터가 운영하는 지역 응급의료 조정센터의 구축”이라며 “환자, 구급대와 크고 작은 병원의 정보를 실시간 수집하고 배분하는 실무를 담당할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시스템 구축과 더불어 근본적인 응급의료서비스의 질과 접근성과 향상을 통한 국민 공감대를 형성해야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서울대 의료관리학교실 김윤 교수는 “환자를 위한 상담 및 정보를 제공하는 기관은 있어야 하지만 그렇다고 기관 설립으로 모든 문제를 다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경증환자가 대학병원 응급실을 찾는 것은 비합리적인 결정이지만 이는 사회적 신뢰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응급의료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것은 한편으로 국민의 선택권을 제한하겠다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국민들의 응급의료 접근성과 질이 향상된다는 보장이 전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