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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에 응급실을 지키지 않고 자리를 비운 당직의 때문에 소송에 휘말린 대학병원이 재판에서 졌다.
법원이 당직의 과실과 상관없이 불가피한 의료사고였다는 병원의 항변을 받아들이지 않은 결과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최근 망인 이모씨의 유족이 대전광역시 소재 E대학교병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위자료 28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망인 이씨는 호흡곤란 증세 등으로 E대학병원 응급의료센터에 내원해 응급치료를 받고 6일 동안 입원했다. 퇴원 당일 새벽 5시 이씨는 갑자기 호흡 곤란 및 통증을 호소했다.
간호사들이 당직의사 임모씨에게 연락을 했지만 닿지 않았다. 15분 뒤 가까스로 전화를 받은 당직의는 망인을 직접 진찰하지 않은 채 간호사들로부터 증상을 전해 듣고 요로결석 및 급성신우염 검사를 지시했다. 호흡곤란과 통증을 완화하기 위한 처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한 시간여가 지나도 이씨의 통증은 나아지지 않았다. 선임전공의 김모씨가 망인을 진찰하기는 했지만 임씨가 지시한 검사 결과만을 기다렸을 뿐 별다른 조치는 없었다.
50여분 뒤인 6시50분 주치의인 박모씨가 출근하고 나서야 실질적인 처치가 시작됐다. 주치의는 대량폐쇄성폐질환과 심근경색 등의 질병을 의심하고 심장내과 당직교수와 상의해 검사 및 치료를 준비했다.
하지만 망인의 상태는 7시20분경부터 상태가 급격히 악화됐고 결국 15분 뒤 심정지가 나타나 사망했다. 임씨는 망인이 사망할 때까지 끝까지 나타나지 않았다.
유족은 자리를 지키지 않고 연락이 두절된 임씨 때문에 환자가 소생 기회를 놓쳤다며 9800만원의 손해 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유족 측은 “당직 의무를 소홀히 한 임씨 때문에 응급 처치에서 가장 중요한 초기 2시간을 아무런 조치 없이 허비했고, 전공의 또한 심장내과 또는 호흡기내과 당직 교수에게 신속히 상의해 지시를 받지 않고 검사결과만을 기다렸다”며 “부실한 초기 대응 때문에 망인이 사망에 이르렀다”고 주장했다.
병원은 사망은 불가피한 결과였다고 반박했다.
병원 측은 “임씨가 제대로 연락이 안됐던 것은 맞다”면서도 “망인의 주 증세는 오른쪽 옆구리 통증과 발열이었으므로 요로결석 및 급성신우신염을 의심해 검사를 지시하고 뒤이어 전공의가 망인을 관찰하면서 검사를 기다린 것은 의학적으로 정당한 조치였다”고 말했다.
이어 “사망 추정 원인은 폐색전증인데, 망인에게 이 증세가 나타난 것은 주치의가 출근해 망인을 관찰하기 직전인 6시 48분경이었고, 그 후 불과 40~50분 뒤 사망했으므로 임씨가 자리를 지켰거나 폐색전증에 대한 치료를 조금 더 일찍 시작했다고 하더라도 사망은 피할 수 없는 결과였다”고 덧붙였다.
법원은 유족 측의 손을 들어주며 야간 당직의사로서 환자 응급 상황에 대처하지 않은 임씨의 과실을 지적했다.
재판부는 “임씨는 호흡곤란과 통증 등을 호소하기 시작한 때부터 사망할 때까지 무려 2시간 이상 동안 자리를 비웠을뿐만 아니라 심지어 전화 연락조차 되지 않았다”며 “그 자체만으로도 주의의무를 현저히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병원 입원 기간 동안 망인의 심장 기저질환이 있다는 사실이 진료기록에 기재돼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임씨는 직접 환자를 진찰하지도 않은 채 망인 호흡곤란 증세에 대해서는 어떠한 검사나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며 “의사의 주의의무를 현저히 위반한 오진 과실”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당직의 과실과 사망 원인과의 직접성은 인정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폐색전증은 그 사망률이 상당히 높은 점 등에 비춰보면 의료진의 과실과 사망과의 인과관계가 성립한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하지만 당직의가 자리를 지켰다면 심정지가 발생하기 전에 다양한 검사와 투약을 시도해 볼 수 있었을 것이다. 따라서 병원은 망인이 치료 기회 상실한 것에 대한 유족들의 정신적 고통에 대해 배상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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