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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가 알코올 금단에 따른 갑작스런 발작 증세로 바닥에 머리를 부딪힌 이후 의식이 떨어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4시간 가까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아 사망에 이르게 한 정신병원이 배상 책임을 물게 됐다.
서울고등법원 제17민사부(부장찬사 이창형)는 망인 A씨의 가족이 B정신건강의학과의원 측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원심과 마찬가지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판결이 확정되면 B의원 측은 4296만원을 지급하게 된다.
망인 A씨는 알코올의존증 치료를 위해 B의원에 입원했다. B의원은 알코올의존증 치료 전문 기관으로 외부인의 감호를 배제하고 의료진이 입원 환자들을 책임지고 관찰, 보호 및 감독하는 폐쇄병동으로 운영되고 있다.
입원 당일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32%로 입원실을 배정받고 잠이 들었으나 이날 새벽 12시50분경부터 약 6시간 동안 구토 및 토혈을 하고, 토사물을 치우느라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
다음날 7시25분 경 A씨는 병동 중앙홀 바닥에 앉아 아침 식사를 기다리던 중 갑자기 의식을 잃으면서 뒤로 쓰러지는 등 발작 증상을 보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의식을 어느 정도 회복하기는 했으나 일어나지 못하고 계속 누워 있었다.
이날 오후 3시56분경 A씨는 일어났다 앉았다 하는 행동을 반복하는 등 금단증세를 보였다. 병원 직원들은 안전사고 방지를 위해 A씨를 입원실 침대에 눕히고 양 손목과 발목을 끈으로 묶어 침대에 고정시켰다.
다음날 새벽 12시 경부터 A씨의 의식은 저하되기 시작했고 구토 등의 증세도 나타났다. 의사는 2시42분이 돼서야 입원실로 와서 활력 징후를 확인했다. 의료진은 의사가 도착하는 동안 A씨의 입에 설압자를 넣고 입 안에 고인 피를 제거하는 것 외에는 별다를 조치를 하지 않았다.
A씨는 의식 저하가 나타난 지 4시간여가 돼서야 인근 종합병원으로 옮겨졌다. 응급실에 도착했을 당시 A씨의 정수리 왼쪽 부분에는 멍이 들어있었다. 의식은 전혀 없었고, 흉부 자극에 대한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A씨는 집 부근의 종합병원 중환자실에서 계속 치료를 받았지만 외상성 뇌경막하 출혈 등으로 인한 다발성 장기기능 부전으로 5일 뒤 사망했다.
재판부는 “망인이 바닥에 머리를 부딪혀 두부 외상에 따른 뇌손상 가능성이 있었음에도 의식이 저하된 것을 통상적인 금단증상으로만 속단한 채 조속한 진단 및 응급 치료 시기를 놓친 의료상의 잘못이 있다”면서 “알코올의존증 치료 전문 기관 의료진이라 발작으로 인한 외상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위험 방지를 위해 최선의 조치를 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외상 후 조속히 적절한 응급조치가 있었다면 환자의 사망률이 감소하거나 생명이 연장될 가능성이 비교적 높았을 것”이라면서 “망인은 의식이 저하된 이후 4시간 가까이 적절한 응급처치를 받지 못했다. 치료 적기를 놓친 의료상의 과실과 망인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다만, 망인은 알코올의존증 환자로 피고 병원에 입원할 당시에도 술에 많이 취한 상태였고, 두부 외상 자체에 대해서는 병원 측 과실 인정할 만한 자료가 없는 점 등을 고려해 B의원 책임을 40%로 제한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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