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도덕적 진료행위 엄단을 천명했던 보건당국이 ‘낙태수술’로 고심에 빠졌다. 산부인과 의사들이 ‘낙태수술 전면 중단’ 등 강하게 반발하면서 법 개정이 난관에 부딪친 모습이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입법예고 기간이 남아 있는 만큼 충분한 의견수렴을 거쳐 개정안을 확정할 방침’이라며 신중론을 펴고 있지만 의료계의 동요를 잠재우기는 부족해 보인다.
이번 논란은 복지부가 주사기 재사용 사태 등을 계기로 비도덕적 진료행위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의료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면서 불거졌다.
복지부는 이 시행령에 ‘허가받지 않은 주사제 사용’ ‘성폭력 범죄’ 등 8가지 비도덕적 행위를 저지른 의료인의 의사면허를 최대 1년 간 정지하는 내용을 담았다.
하지만 비도덕적 진료행위에 ‘임신중절수술’이 포함되면서 산부인과 의사들이 강력 반발했다.
산부인과 의사들은 “처벌을 강화하면 중학생 출산 등 사회적 혼란을 누가 책임질 것이냐”며 “개정안이 바뀌지 않을 경우 모든 낙태수술을 중단할 수 밖에 없다"고 배수진을 쳤다.
이들 의사의 요구대로라면 비도덕적 진료행위 8개 항목 중 ‘임신중절수술’을 제외시켜야 하지만 주무부처 입장에서는 입법예고된 개정안을 수정하기가 여간 부담스러운게 아니다.
12일 전문기자협의회와 가진 설명회에서도 이러한 복지부의 고심은 여실히 나타났다.
그동안 비도덕적 진료행위로 처벌된 17개 사례 중 다빈도 유형 8개를 추렸고, 불법 낙태수술 역시 그 중 하나였다는 설명이다. 지난 5년 간 낙태수술 처분 사례는 16건이었다.
특히 개정안을 마련하면서 의료계와 이러한 상황에 대해 충분한 의견을 나눴고, 이미 모자보건법에도 불법 낙태수술 금지가 명시돼 있는 만큼 무리가 없을 것이란 판단이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산부인과 의사들이 강하게 반발하자 복지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 관계자는 “불법 임신중절수술에 대한 처분은 이미 기존에도 이뤄지고 있던 것으로, 이번 개정안은 이 것을 비도덕적 진료행위 유형으로 구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무조건 면허정지 12개월 처분이 아닌 사안의 경중에 따라 양형을 적용할 예정인 만큼 오해가 없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낙태수술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자 일단 복지부는 대한의사협회에 해결안 제시를 요청해 놓은 상태다.
의료계 내부적으로 해결안을 제시하면 이를 토대로 내부 검토를 거쳐 개정안에 반영시키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이미 명시된 비도덕적 진료행위 유형에서 낙태수술을 아예 제외시키는 부분에 대해서는 난색을 표했다.
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 관계자는 “낙태수술의 경우 사회적 파장을 감안해 하향조정할 필요가 있다”며 “처벌 수위에 대해서는 의협 및 관련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검토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상황에서 낙태수술을 비도덕적 진료행위 유형에서 제외시킬지 여부는 장담할 수 없다”며 “검토는 하겠지만 완전 제외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현행 모자보건법에서는 △임신을 계속함으로써 모체의 생명에 위험이 있을 경우 △본인 또는 배우자가 유전성질환 또는 전염성 질환이 있는 경우 △법률상 혼인할 수 없는 혈족 또는 인척 간 임신 △폭행, 협박으로 강간을 당해 임신한 경우 등에 대해서는 낙태를 허용하고 있다.
이 외의 이유로 낙태수술을 할 경우 형법에 의해 처벌 받는다.
불법 낙태수술을 집도한 의사는 2년 이하의 징역, 수술 중 상해를 입혔을 경우 5년 이하 징역, 사망했을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