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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곡절 끝에 지난 9월 시행된 보험사기방지특별법이 시행 한 달을 맞았다. 보험사기행위의 조사·방지·처벌을 위해 마련된 이 법안은 기존 보험사기법의 내용을 강화해 근본적인 보험사기를 근절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는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법안이라는 우려도 높다. 데일리메디는 시행 한 달여를 지난 ‘보험사기방지특별법'을 마주하고 있는 의료계와 보험업계 입장을 조명해봤다. [편집자주]
의료계, 우려 속 법 취지 공감 목소리도 나와
“발상 자체가 말이 안된다.” 서울 소재 A 병원장은 시행 한 달여를 갓 지난 보험사기방지특별법을 두고 이 같이 운을 뗐다.
그는 “근본적으로 입원 여부는 전문의 고유 권한”이라며 “여기에 대해 심평원이나 보험회사에서 관여할 이유는 없다”고 역설했다.
'보험사기'를 기존 일반 사기와 구별되는 별도 범죄로 규정하고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이번 법안이 가지는 논란의 요소 중 하나는 ‘입원 적정성 심사’다.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시행과 함께 그간 규제당국의 공문, 협조 등을 통해 실시되던 보험사기행위에 대한 인지보고나 심사의뢰 등이 실질적인 법적 근거를 가지게 됐다.
이로 인해 수사기관은 보험사기 수사를 위해 보험계약자 등에 대한 입원 적정성 심사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의뢰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A 병원장은 “규모가 커 입원환자를 많이 받는 병원에서는 민감한 사안이 될 수 있다”며 “전문의 각자 양심에 따라 입원 결정을 해야지 심평원이나 보험회사 기준에 맞추는 것은 옳지 않다”고 토로했다.
이번 보험사기방지특별법은 보험사기행위로 보험금을 취득하거나 제3자에게 보험금을 취득하게 한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보다 광범위한 범위의 보험사기 처벌이 가능한 이번 법안에 대해 의료계 일각에서는 소극적 진료를 양산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병원협회는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시행을 앞둔 지난 8월 “사기죄가 현행 형법 등에 규율돼 그 처벌이나 예방적 기능이 충분히 작동되고 있다”며 “이번 특별법은 국가 형벌권의 과다한 행사”라며 법의 전면 재검토를 촉구하기도 했다.
이 같은 우려는 법 시행이 한 달여 지난 현재까지도 현장에서도 지속적으로 표출되고 있다.
한 의료계 인사는 “법의 본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보험사기로 의심되는 사람도 경찰 조사를 받게 되는 상황이 연출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결국 보험금을 청구하는 사람은 심적으로 위축돼 제대로 된 청구를 하지 못하게 된다”며 소극적 진료 행태를 우려하기도 했다.
현행 의약품안심서비스(DUR, Drug Utilization Review) 시스템에 대한 개선 필요성 목소리도 나왔다.
지방 소재 B 병원장은 “동일 환자의 다른 병원 처방은 DUR시스템을 통해 미리 알 수 있어 중복처방을 방지할 수 있지만 다른 병원의 입원 이력은 환자가 이야기하지 않으면 알기 어렵다”고 피력했다.
이어 그는 “특히 정형외과에서 이러한 경우가 많다”며 “현행 DUR시스템에 변화가 필요해보인다”고 주장했다.
보험사기범죄는 의료인이 아닌 사람이 의료기관을 주도적으로 설립한 사무장병원에서 발생하는 빈도가 높다.
최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새누리당 간사인 하태경 의원이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3년부터 올해 8월까지 전국 사무장 병원이 부정수급한 산재 치료비는 376억 5500만 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소재 C 병원장은 “사무장병원의 의료질서 교란 행위로 인해 의료계 전체가 오해를 받는 상황인 것 같다”며 “우후죽순으로 생기는 사무장병원이 의사의 소신 진료를 차단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일각에서는 보험사기방지특별법의 긍정적 취지에 공감하기도 했다.
서울 소재 D 병원장은 “원래 법 취지가 실제로 사기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지 의사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다”라며 “의사들이 과잉 우려를 하는 것이 아닌가”하고 여겨진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걱정할 내용이 아닐 뿐더러 의사들이 보험사기에 동조하는 사람도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보험사들 조사 강화 등 범죄율 하락 분위기 체감
일부 대형 보험사에서는 보험사기방지특별법으로 다소 줄어든 보험사기 범죄 비율을 체감했다.
A 손해보험사 관계자는 “최근 허위 입원 환자가 줄어든 편”이라며 “회사 내부적으로도 보험사기조사부에 대한 인력 배치가 늘어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요즘은 보험조사부 조사에서 적발되면 형사처벌이 이뤄진다”며 “허위 환자를 받아주는 병원이나 관련자에 대해서는 금감원도 특별 관리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보험사기방지특별법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A 관계자는 “하지만 보험사기방지특별법은 법적 내용이니 사실 미비한 점이 있다”고 개선의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보험업계는 그간 증가하는 보험사기 범죄 비율에 비해 그 처벌 강도가 경미한 수준에 불과하다고 지적하며 특별법 제정의 필요성을 주장해왔다,
거듭된 보험사기 범죄로 인해 손해율이 높아지고 선량한 의도를 가진 보험 가입자의 본인 부담금이 증가한다는 것이 골자다.
B 손해보험사 관계자는 “상해나 질병으로 입원할 경우 상품에 따라 최대 7만 원까지 하루 입원비로 나온다”며 “나이롱 환자들을 근절해야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영세병원 쪽에서는 오히려 허위 입원 환자를 환영하는 경향이 크다”며 “장기간 입원하고 허위 환자와 함께 부당 보험금을 청구하는 특정 병원이 있다”고 지적했다.
보험사기방지특별법은 보험업계의 오랜 숙원 사업이었지만 시행 한달 여가 지난 현재 일각에서는 낮은 체감도를 보이기도 했다.
C 손해보험사 관계자는 “보험사기방지특별법이 제정됐지만 실제적으로 가짜 환자들이 감소했다는 느낌은 없는 편”이라고 역설했다.
"법 시행 한달 불과, 전반적 평가는 시기상조"
이와 함께 법 시행이 이제 막 한달 여를 지난 상황에서 구체적인 평가는 시기강조라는 반응도 나왔다.
생명보험협회 관계자는 “아직 법 시행이 얼마되지 않아 실적상으로 얼마나 변화가 있는 지는 알 수가 없다”고 언급했다.
이어 그는 “적어도 1년이라는 기간 정도 지난 후에 구체적 통계가 나올 것”이라며 “보험범죄로 인한 선의의 피해자가 없게끔 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시행에도 불구하고 지나가는 차량에 고의로 부딪히는 등 보험사기를 일삼는 보험사기단 검거 소식이 잇따르고 있다.
이와 관련, 최근 열린 ‘보험산업 신뢰도 제고를 위한 법적 쟁점’을 주제로 한 정책세미나에서는 보험사기방지특별법이 부실 입법이라며 보완 입법이 시급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보험연구원 관계자는 “아직 시행된 지 얼마되지 않아 개선점을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무리”라고 언급했다.
이어 그는 “올해 9월 30일에 시행된 후 구체적 성과를 살펴보기도 전에 그 효과를 측정 및 평가하는 것은 성급하다”고 말했다.
일부 "시기상조"라는 반응도 나오지만 보험업계 전반적으로는 보험사기에 대해 실질적으로 조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보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보험업계는 특별법 시행이 3개월 여가 지난 후 허위청구 비율을 취합해 법안의 실효성을 판단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