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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체포’. 수사기관에서 현행범에 해당하지 않은 피의자에 대해 시간을 지체할 수 없는 긴급한 상황에서 영장 없는 구속을 일시적으로 허용하는 제도를 뜻한다.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한 ‘리베이트 처벌 강화법’의 처벌 내용이 조정되면서 의료계 내부에서는 의료인에 대한 ‘긴급체포’가 이뤄질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깊다. 데일리메디는 ‘리베이트 처벌 강화법’ 속 의료인 ‘긴급체포’ 논란을 바라보는 의료계‧법조계 시각을 조명해봤다.[편집자주]
긴급체포란 무영장체포로 형사소송법상 사형‧무기 또는 장기 3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 긴급을 요해 영장없이 피의자를 체포할 수 있는 제도를 말한다.
중대 범죄에만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으며 피의자를 체포한 후 계속 구속할 필요성이 있을 시 구속영장을 발부받도록 하고 있다.
핵심은 범죄의 중대성과 긴급체포의 필요성이다.
여기서 긴급체포의 필요성은 ‘피의자가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는 때’와 ‘피의자가 도망하거나 도망할 우려가 있는 때’를 포함한다.
긴급체포의 필요성이 충족될 경우 모든 국민이 긴급체포의 대상이 된다.
법조계 "예민한 사항" 반응 속 우려 표명
한 법조계 관계자는 “긴급체포는 직업에 관계없이 증거 인멸 및 도주 우려가 있을 경우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최근 국회 복지위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한 ‘리베이트 처벌 강화법’의 처벌수위가 긴급체포가 가능한 ‘3년 이하 징역’으로 강화되자 발등의 불이 떨어진 의료계 내에서는 반발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이와 관련 법조계는 '예민한 사안'이라는 반응을 내비치고 있다. 또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현재 리베이트에 따른 형사 처벌, 행정처분이 엄격하게 이뤄지는 상황이라 체감도가 심각할 수 있다”고 풀이했다.
그는 “(기존 법을 통해) 처벌이 이중, 삼중으로 이뤄질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처벌 강화를 위해서라면 기존의 법을 엄격하게 하는 것이 맞을 것”이라고 전했다.
긴급체포의 뇌관인 도주 염려와 증거인멸 여부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그는 “의사 입장에서 도주 염려는 없을 것이고 증거 인멸 여부는 제약사와 공모하는 경우 있을 수도 있지만 리베이트 수사의 핵심이 제약사 장부압수가 최우선인 상황에서 형량이 강한 면도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 8월 ‘정운호 게이트’ 건으로 한 성형외과 의사가 긴급체포된 경우가 있었다.
당시 성형외과 의사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맡은 서울중앙지법 박평수 영장당직판사는 범죄사실의 소명이 있고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망칠 염려가 있다“고 구속영장을 발부한 바 있다.
다만, 또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국민들을 생각하면 잘못된 것은 빨리 수정하는 것이 좋지만 의료인 입장에서는 가혹하다는 반응이 나온다”며 “(법이 제정된다면)기존 법과 같은 문구를 넣지 않았을 것”이라고 전했다.
의료계 반발 확산, "족쇄 채워놓고 일방적 책임 전가"
의료계는 ‘리베이트 처벌 강화법’을 두고 ‘너무 과하다’는 반응을 지속적으로 견지하고 있다.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의사회 김승진 회장은 “의사들이 양심에 따라 진료를 잘 하고 있는 상황에서 왜 자꾸 의사들을 괴롭히냐”고 토로했다.
서울시의사회를 비롯, 부산시의사회와 전남의사회 등 전국시도의사회들도 국회 복지위를 통과한 ‘리베이트 처벌 강화법’을 두고 거센 반발을 보이고 있다.
더불어 커지는 대한의사협회의 책임론 속에 추무진 회장도 지난 7일 대회원 사과 서신을 통해 회원들의 권익 보호를 위해 만전을 기하겠다고 전한 바 있다.
지난 4일에는 대국회 업무를 담당하던 대한의사협회 박종률 대외협력이사가 사의를 표명하기도 했다.
대한개원의협회의 노만희 회장은 “의사들도 법을 지켜야 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리베이트 처벌 강화법의 경우에는 법이 만들어진 이유를 잘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노 회장은 “의사들의 경우 증거 인멸과 도주의 가능성이 전혀없다”며 “기존에 억울하게 제약회사의 불법 리베이트 건을 뒤집어 쓴 의사에 대한 방지책은 안 나오고 처벌만 강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 개원의는 “의사들 입장에서 보면 마치 의료인을 부정한 리베이트를 받는 집단으로 호도하고 있는 것 같다”고 언급했다.
그는 “수가 현실화 문제 등 의사도 요즘 살기 힘든데 예전에 만연했던 ‘의사=기득권’이라는 의식이 남아있다”며 “묵묵히 맡은 바 소신을 갖고 하는 사람들은 불법 리베이트와 관계도 없다”고 꼬집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상정을 목전에 두면서 의료계 반발은 특정 진료과를 막론하고 번지고 있다.
대한개원내과의사회(회장 최성호)도 9일 “대한민국에서 의사가 긴급 체포까지 당해야하는 잠재적 범죄자 집단으로 전락하게 된 현실에 참담함이 앞선다”며 입장을 발표했다.
더욱이 의사회는 “긴급체포할 수 있다는 정도의 ‘경각심’을 가지게 하는 것이 이 법의 취지라는 국회의원의 발언은 심히 유감”이라며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희생만을 강요하는 일차원적 방법”이라고 꼬집었다.
의사회는 “리베이트 발생의 근본 원인을 의사 개인 일탈로 치부해선 안 된다”며 “낮은 의료수가, 약가결정 구조 왜곡에 의해 비정상적으로 책정된 복제약가, 약품 유통구조 모순 등을 해결하는 것이 먼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물론, 과거의 관행적인 리베이트 수수가 합리화나 정당화될 수 없음은 모든 의사들이 공감하고 있다고 전제했다.
의사가 사회적인 책임감과 도덕성을 가져야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일전의 아동청소년법의 전례와 같이 타 전문가 직역과 다른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는 주장이다.
의사회는 “기존의 리베이트 쌍벌제라는 무거운 족쇄를 채워놓고서 의사들의 삶의 터전인 의료기관까지 내팽개치고 증거 인멸이나 도주까지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하는 것은 도무지 납득하기 힘들다”고 성토했다.
이어 “대한민국 의사의 자존심은 이제 땅에 떨어질 대로 떨어졌다는 자괴감마저 들게 한다”며 “일반적인 사회 통념에 비춰 의사에게만 과도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포퓰리즘에 편승한 불합리한 처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의사회는 “리베이트라는 복잡한 문제 해결을 위해 처벌 강화라는 단순 논리로 접근하는 정치권과 정부의 태도에 실망을 금할 길이 없다”며 의료법 개정안 철회를 촉구했다.
거듭된 전국시도의사회의 성명서 발표 등 의료계의 불만이 거세지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도 다소 신중한 반응이다.
지난 7일 국민의당 천정배 의원은 국회 복지위 전체회의에서 “불법 리베이트 처벌 강화 법안은 의료인 사이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는 문제”라며 “국회 법안심사위원회에서 체계 심사를 하겠지만 2년에서 3년으로 굳이 강화한 취지가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더불어민주당 오제세 의원 또한 “정부도 불법 리베이트 처벌 강화에 동의했다고 했는데 징역 3년으로 처벌을 상향 조정하는 것에 대한 의견은 어떠한가”고 질의한 바 있다.
갑론을박을 거듭하고 있는 ‘리베이트 처벌 강화법’은 국회 복지위 법제심사위원회 논의를 거쳐 본회의에서 통과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