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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은 주치의 보다 비선의사를 더 신뢰했다. 정권 초반 '청와대 의사'로 낙점된 세브란스병원 교수들의 존재감은 없었다. 청와대 공식 의무시스템도 유명무실했다.
‘커터칼 테러’로 생긴 흉터에 감각이 없을 때 박 대통령은 피부과 자문의인 세브란스병원 피부과 정기양 교수를 부르지 않았다. 피부과 전문의도 아닌 김영재 원장(김영재의원)을 찾았다.
건강관리는 김상만 원장에게 맡겼다. 2급 국가기밀인 혈액도 선뜻 내줬다. 당시 주치의였던 이병석 세브란스병원장은 대통령 진료 대신 비선의사를 측면 지원했다.
세브란스병원은 청와대가 김영재 원장에게 특혜를 제공하는 통로 역할을 했다는 의혹의 한복판에 섰다. 14일 열린 ‘최순실 국조특위’에서는 비선 존재에 무력화된 세브란스 의사들의 모습이 조명됐다.
세브란스병원 이병석 원장, 정기양 교수, 김원호 교수 <국회방송 캡쳐화면>
내집처럼 드나든 청와대
김영재 원장 부부는 2014년 2월 박 대통령의 호출을 처음 받았다. 청와대 비서관이 전화하면 김 원장 부인 박채윤씨는 남편과 함께 이영선 행정관의 차를 타고 관저로 들어갔다. 경호실 직원의 신원 확인 절차는 생략됐다.
박 대통령이 집무를 마치고 오면 상담을 진행했다. 김 원장은 “얼굴 흉터 때문에 마비가 오고, 안면 비대칭이 심해졌다고 해서 진료했다”고 말했다. 테러 당시 대통령은 세브란스에서 수술 받았다.
박 대통령은 화장품에 의한 피부 트러블도 겪었다. 존제이콥스 화장품이 원인이었다. 김영재 원장은 “우리 화장품 쓰는데 트러블이 났다고 해서 간 적도 있다”고 했다.
시술 의혹은 여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김 원장은 “관저에서 시술을 한 적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부인이 주사도 놓느냐는 더민주 박영선 의원 질문에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대통령은 진료비도 지불했다. 김 원장은 “금일봉을 받았다”고 밝혔다.
특혜 연결고리 역할?
세브란스병원 의사들이 대통령과 김영재 원장의 연결고리 역할을 한 정황도 확인됐다. 대통령에게 존제이콥스 화장품을 건넨 사람은 前 피부과 자문의 정기양 교수다. 정 교수는 “김 원장이 선물로 줘서 대통령에게 화장품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김영재 봉합사’ 임상연구에도 참여해 허가를 받는 데 일조했다. 김 원장은 “주치의와 만나 임상계획을 상의했다”며 “2014년 9월23일 봉합사 허가가 나왔다”고 답했다.
최순실과 김영재 원장을 이어준 사람은 이병석 원장이었다. 이 원장은 “5~6년 전 최순실을 환자로 만났다”며 “최씨가 피부미용이나 안면성형에 관해 묻기에 김영재 주치의인 원내 교수에게 얘기를 들은 적이 있어 소개했다”고 말했다.
최씨는 2013년 4월 김영재의원에서 첫 상담을 받은 후 11월 ‘최보정’이라는 가명으로 미용시술을 받았다. 박 대통령도 그 즈음부터 김영재 봉합사에 대해 알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김영재 원장은 “2014년 2월 봉합사와 화장품을 소개했는데 실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이미 알고 있었다”면서 “이병석 주치의가 소개해서 알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을 만난 뒤 김 원장 가족회사는 청와대의 지원을 받았다. 대통령 해외순방에 수 차례 동행했고, 산업통상자원부는 봉합사 연구에 15억원을 지원했다.
또한 청와대는 명절선물로 존제이콥스 화장품을 선택했고, 이후 신세계백화점과 신라면세점에도 납품됐다.
와이제이콥스 중동 진출이 무산되자 컨설팅 대행사는 불이익을 받았다. 이현주 대행사 대표는 “여러 보복을 받았다”며 “내 회사를 비롯해 아버지, 할아버지 회사까지 3대가 세무조사를 받았다”고 말했다.
"대통령 면역력 저하도 몰랐다"
이병석 원장은 주치의 시절 비선진료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 자문의 명단에도 없는 김상만 원장이 2013년 7월25일 박 대통령을 관저에서 독대하고 ‘태반주사(라이넥주)’를 주사한 사실도 인지했다.
이 원장은 “누가 저녁에 출입한 건 알았지만 의료행위였는지는 몰랐다”면서도 “김 원장으로 의심은 했다”고 말했다. 당시 의무실장이었던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김원호 교수는 “자문의로 내정돼 있었기 때문에 우리와 상의하지 않았을 뿐 비선이라고 볼 수 없다. 대통령의 선택권"이라고 했다.
국가 안보와 직결된 대통령 혈액이 반출된 사실을 파악한 사람도 없었다. 김상만 원장은 “호르몬 균형을 알아보기 위해 2013년 9월 대통령 동의를 받고 검사했다”고 증언했다. 이병석 원장과 김원호 교수 모두 이에 대해 “모른다”고 답했다.
혈액검사는 ‘부신기능저하증’과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콩팥에 붙은 부신의 기능이 떨어지면 면역력이 약해지고 쇠약감과 무력증을 느낀다. 박 대통령은 만성 피로를 호소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원장은 "박 대통령이 부신기능저하증에 근접한 상태였냐"는 질문에 "그렇다"라고 답했다. 이어 “취임 당시 박 대통령의 면역기능에 영향을 주는 몇몇 지표 이상이 있었다"며 "주사제 처방을 바꿀 필요가 있어 검사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박 대통령에게 처방한 주사제가 부신기능저하증 예방이나 호전 효과가 있느냐”는 질의에는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 행적은 여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정기양 교수는 학회에 참석했고, 이병석 원장과 김원호 교수는 "참사 당일 시술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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