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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先(선) 종별 신설 後(후) 개설여부 검토" 피력
20대 국회에서 ‘일하는 상임위’를 천명하고 나섰던 보건복지위원회가 심상치 않다. 2월 26일 기준 법안 접수 557건으로 793건의 법안이 접수된 안전행정위원회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법안이 접수된 상임위에 자리한 것이다. 처리 법안 건수도 106건으로 농림수산식품해양수산위, 기획재정위, 국토교통위에 이어 4위다. 복지위가 이런 성적표를 받아들게 된 것에 대해 보건복지위원장을 맡고 있는 양승조 의원의 공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양 위원장의 리더십으로 복지위는 ‘정쟁(政爭)’ 속에서도 상대적으로 무난하게 운영될 수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 허용을 내용으로 한 의료법 개정안, 재활병원 종별 신설을 내용으로 하는 의료법 개정안, 중증응급환자 전원기준을 담은 응급의료법 개정안 등 논쟁의 불씨를 당길 수 있는 법안들이 많이 남아있다. 이에 양 위원장은 국회 전문기자협의회와의 인터뷰를 통해 향후 상임위 운영 기조에 대해 밝혔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처리돼 조기 대선정국이 펼쳐지더라도 상임위 활동을 소홀히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 보건복지위원장으로 상임위를 이끌어 온 지 8개월째다. 그동안의 상임위 활동을 평가하면
지난해 6월 보건복지위원회를 구성하고 상임위, 국정감사, 예산안 의결, 법안심사와 의결 등 여유가 없는 일정을 소화했다. 법안은 18개 상임위에서 네 번째로 많이 처리했다. 예산의 경우는 복지 확대를 목표로 전년보다 3.3%, 1조8000억 증액된 예산안을 심사하고 의결했다. 이외에도 故 백남기 농민 사망원인 규명,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마련, 의약품 산업 육성을 위한 공청회 등 소홀히 하지 않고 활동한 것 같다.
☞ 법률안 심의를 포함해 남은 전반기 상임위 운영 기조는 어떠한가. 또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헌법재판소에서 인용될 경우 벚꽃 대선이 전망되는데 상임위 운영방안은
20대 국회 복지위원장으로 두 가지 과제에 힘을 쏟고 있다. 첫째는 저출산 대책을 대폭 강화해 출산율을 높이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고 둘째는 우리나라 미래 먹거리인 제약산업과 의료기기산업 육성을 위한 법과 제도를 정비하는 것이다.
국회가 열리는 한은 어떤 경우에도 법안 심사와 처리를 소홀히 하지 않을 것이다. 대선 기간이라고 해서 상임위를 소홀히 할 이유는 없다. 특히 지금 심사가 진행 중인 건보료 부과체계 마련과 저출산 해소 입법은 가장 중점적으로 심사하고 처리할 수 있게 노력할 것이다.
☞ 지난해 일부 의료단체가 국회의원의 국정감사 발언에 문제제기를 하면서 다툼이 생겼고, 아직 이 사건이 마무리되지 않았다. 상임위원장으로 이 문제를 본다면
국회의원의 의정활동을 평가하고 이를 근거로 합리적인 비판을 하는 것은 국민 누구나 행사할 수 있는 권리다. 다만 그것이 통상적인 범위를 넘어 국회의원의 정상적인 의정활동 자체를 억압하는 것이 돼서는 안 된다.
☞요양기관 현지실사, 건보공단 현지 확인 등을 받은 의사들이 잇따라 자살해 연초에 의료계가 시끄러웠고 이에 복지부가 현지조사 개선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에 입법적으로나 제도적인 대책을 고려하는지
19대 때 현지조사 절차를 강화하는 법안을 발의해 본회의에서 통과됐지만, 여전히 강압적인 조사라는 문제 제기가 끊이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현지조사가 정상적인 의료행위를 방해할 정도로 진행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현지조사 시 당사자나 해당기관들이 법률적 조력을 받을 권리를 명확히 하는 것도 방법이다.
☞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현대의료기기 허용이 이슈가 됐다. 보건복지부에 기간을 정해서 해법을 내놓으라고 주문했는데 진전된 부분이 있나
복지부가 아직 명확한 답변을 제출하지 않고 있다. 이해 당사자 간 협의를 통해 방안을 도출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당사자 간 협의로는 해결방안을 찾기 어려운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국민들이 참여하는 위원회를 운영해 해결방안을 찾아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적정 의사 수에 대해 의료계와 시민사회 목소리가 다르다. 보건복지위원장으로서 국내 의사 수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통계상으로 적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저수가체계인 국내 상황에서, 의사들은 많은 환자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다. 결국은 적정수가로 가는 것이 해답이다. 저수가로 가면 지금 제도 자체가 무너질 수밖에 없다. 수도권에는 의사가 많다고 하는데 지방에 가면 문제가 또 다르다. 나주의 정신의료기관은 정신과 의사 1명을 구하지 못한다.
☞ 의료영리화와 의료산업화 논란은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의료영리화는 자의적으로 의료서비스에 대한 가격설정이 가능해지고 빈익빈부익부가 되는 구조다. 반면 산업화는 제약, 의료계, 한의학 관련 산업을 말하는 것이고 여기에 국가가 마중물을 넣어줘야 한다. 특히 신약개발 부분에 대한 국가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제약산업 전체가 1200조원 시장인데 우리나라 시장의 연간 매출이 18조원으로 2%도 안 된다. 반대로 국가가 지원을 해준다면 얼마든지 성장할 수 있는 분야라는 뜻이다. 미래 성장동력은 제약과 바이오다. 4차 산업혁명과 맞물려 국가 성장동력이 될 수 있어야 한다.
☞ 지난해 제약산업 발전방안 모색이라는 공청회가 개최됐다. 제약계는 글로벌 진출신약 자율가격제 도입을 건의했고, 지나치게 재정절감에 치우친 약가정책은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현재 상황에서 건보에 적용되는 의약품 가격을 제약회사가 마음대로 정하는 자율가격제를 도입할 수는 없다. 하지만 건보재정에 부담이 된다는 것만으로 환자에게 필요한 의약품이 급여 적용을 받지 못하고 환자가 모든 약값을 부담해야 하는 것은 명백히 잘못된 방식이다. 건보 급여 등재 과정을 단순화하고 가격 이외의 요소를 충분히 고려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 김승희 의원과 전혜숙 의원이 첨단의료재생법을 발의했다. 첨단의료 분야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연계 의혹이 제기되고 있기도 하다. 심사가 늦어지는 이유가 있나
최순실 국정농단이 보건의료분야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드러나고 있지만, 그로 인해 법안 심사를 미루고 있는 것은 아니다. 제정 법안 이후 공청회를 할 여유가 없었고 이번 회기에도 건보법 개정안을 주로 심사하고 있어서 따로 시간을 내기 어려운 면이 있었다. 조만간 제정법안 공청회 우선순위를 정하고 공청회 일정을 잡아 진행할 것이다.
☞ 위원장이 발의한 재활병원 종별 신설 규정을 명문화한 의료법 개정안이 한의사 개설권 논란으로 시끄럽다. 남인순 의원은 한의사 개설을 아예 명문화하는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이번 개정안은 아급성기 재활병원 서비스가 전문화돼 치료와 재활의 병행이 필요한 환자들에게 보다 전문적인 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이를 통해 보다 빠른 사회복귀를 할 수 있게 지원하기 위한 것이다. 재활병원을 종별 구분으로 신설하는 것과 한의사 개설권 허용은 별개로 논의할 수 있다. 우선 종별 신설을 합의하고 추후 개설권을 논의하는 것도 한 방법일 것으로 본다.
☞ 복지부가 발표한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안에 대해 평가한다면
건보료 부과체계는 비합리적이고 불공평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아왔다. 정부가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뒤늦게나마 개편안을 발표하고 의견을 수렴하려 한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정부 개편 방안의 원칙이나 최종목표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불합리하고 공정성이 결여돼 있는 현행 부과방식을 9년이라는 기간 동안 유지하겠다는 것은 문제다. 상임위에서 정부가 발표한 안과 여야 정당의 안을 종합해 국민의 고통을 줄일 수 있는 최종안이 합의될 수 있도록 하겠다.
☞ 실손보험에 대해서는 어떠한 입장인가. 역시 규제가 필요하다고 보나
민간보험은 손을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간보험사는 자본력 있는 기업들 아닌가. 건강보험의 보장률을 높이면 많은 문제들이 해소될 수 있다. 사보험보다는 공적보험이 의료비부담을 해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는 보건복지부를 보건과 복지로 나눠 의료분야는 보건처나 보건청이 맡고, 복지분야는 고용노동부에 통합시키는 정부조직 개혁 논의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대한 생각은
아직 구체적인 논의가 진행되는 것은 아니라고 알고 있다. 단순하게 나누는 것은 조직 개편의 원칙도 아니고 바람직한 방향도 아니다. 전체 정부 조직을 함께 보고 논의해야 할 것이다.
☞ 권역응급의료센터 평가가 강화된 상황에서 중증응급환자 전원기준 강화를 담은 응급의료법을 발의했다. 개정안이 병원에 더 큰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두 살 아이가 제 때 응급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한 사건 이후 정부가 이미 전원기준을 발표하고 운영 중이다. 환자의 생명을 좌우할 수 있는 전원기준을 하위법령으로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봐서 법률 개정안을 제출했다. 전원기준을 추가하거나 수정할 필요가 있는 의견이 있다면 법안심사과정에서 반영될 것으로 본다. 이와는 별도로 권역응급병원들에 대한 지원을 충분하게 늘리는 방안도 검토돼야 한다.
☞ 환자안전, 의료기관 시설기준 개선,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등 병원계에 부담이 되는 정책이 시행된다는 지적과 함께 지원도 병행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병원계에 부담이 되는 정책이라기 보다는 환자들에게 필요하고, 그동안 환자들이 요구해왔던 정책으로 봐야 한다. 물론 병원입장에서는 그동안 하지 않았던 부분들을 해야 하기 때문에 부담이 있을 것이다.
새롭게 시행되는 서비스들을 위해 어떤 부분에서 어느 정도의 지원이 필요한지 명확하지 않다. 매년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수가 협상을 하고 있는 만큼 건정심에서 병원계의 요구를 충분히 검토하고 필요한 부분은 반영할 수 있을 것이다. 건정심에서 논의될 수 없는 부분은 별도로 국회에서 다룰 수도 있을 것이다.
☞ 간호인력난이 심각한 상황이다. 간호인력난 해결을 위한 복안이 있다면
간호인력난이 지방과 중소병원을 중심으로 발생하고 있다. 정부가 간호인력취업지원센터를 지원하고 이를 통해 경력단절 간호사들을 끌어내려 하고 있찌만 아주 긍정적인 평가를 하기는 어렵다. 지방 중소병원에 취업하는 간호인력이 더 좋은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적극 고려해야 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