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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분 대기, 3분 진료’ 저수가 건강보험 체계에서 비롯된 우리나라 의료 환경의 기형적인 모습이다.
“충분한 진료를 받지 못했다”는 환자도 “적정한 진료를 볼 수 없다”는 의사도 행복하지 않은 현실을 바꿔보겠다고 나선 병원이 있다.
바로 지난 5월부터 ‘초진환자 30분 진료, 재진환자 10분 진료’시행하고 있는 서울시립북부병원이다.
50대 여성 환자 A씨는 몇 달 전부터 고지혈증으로 약을 처방받아 먹었지만 최근 어지러움이 느껴져 16일 서울시립북부병원을 찾았다.
간호사의 안내에 따라 A씨가 진료실로 들어가자 내과 이향림 과장이 “어떻게 오셨어요”라며 진료를 시작했다.
A씨는 “이전 병원에서 고혈압과 고지혈증이라고 이야기를 들었고 처방받은 약을 먹으면 어지럽고 힘이 하나도 없어 한 달 동안 약을 먹지 않았고, 최근 머리가 무거워진 느낌이 들어 병원에 왔다”고 답했다.
여느 병원의 진료풍경과 다를 바 없는 상황이지만 다른 점이 있다면 이후 몇 차례 질문과 답변이 오가고 진료가 끝나는 대신 이 과장이 모니터에서 시선을 떼고 환자의 얼굴을 보며 본격적인 문진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먼저 이 과장은 환자가 이전에 처방받은 약을 살펴보며 수면제가 포함되어 있는 것을 확인하고 환자에게 “약을 먹으면 몸이 나른해질 수 있다"고 설명하며 해당 약 말고도 복용했거나 하고 있는 약이 있는지 등을 물었다.
약과 관련된 질문이 끝나자 이 과장은 환자의 가족력, 어지러움 이외의 증상, 평소 생활습관, 하루일과 등에 대해서도 차근차근 질문을 이어갔다.
처음에는 머리가 무겁게 느껴지는 증상을 호소하던 환자도 "식도염증을 앓은 적이 있었다", “쉬는 시간 없이 일하는 환경 때문에 항상 몸이 피곤하다”는 등 증상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건강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이야기를 풀어 놓았다.
10여분의 문진이 끝나자 이 과장은 환자를 침대에 눕히고 환자의 호흡 및 몸 상태를 직접 만져보는 등 촉진을 진행했다.
침대에서 내려온 환자에게 이 과장은 “소변검사 등 기본적인 검사를 하고, 결과가 나오기 이전까지 영양사에게 식단조절 조언을 받으시면 된다. 그리고 다시 진료실에서 검사결과를 가지고 보자”고 말했다.
이후 A씨는 40여분 동안 북부병원 소속 영양사로부터 식단조절에 관한 조언을 듣고, 다시 진료실로 들어가 이 과장의 진료를 받았다.
"환자뿐만 아니라 의사에게도 진료시간 보장돼야"
진료를 마친 A씨는 “다른 병원도 몇 차례 다녔지만 누워서 의사선생님이 직접 몸 상태를 확인해준 것은 처음”이라고 말하며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 고혈압에 안 좋은 생활습관, 식습관에 대해 알고 있지만 의사선생님이 직접 조언을 해주니 보다 믿음이 간다”고 밝혔다.
이향림 과장 역시 “진료에 충분한 시간을 할당하지 못하는 환경은 환자뿐만 아니라 의사에게도 치명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단순 통증으로 진료를 했던 환자가 나중에 암 등 다른 질병으로 병원에 오면 ‘당시 내가 보다 문진을 자세히 했다면’, ‘통증 부위 이외에 다른 부분도 촉진을 해볼걸’하는 후회가 들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
또한 실제 진료를 통해 예상치 못했던 질병을 발견하거나, 환자에게 동기부여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이 과장의 설명이다.
그는 “감기 증상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의 경우 목 주변의 촉진을 하다보면 덩어리가 만져져 관련검사를 해서 병을 조기에 발견하기도 하고, 알코올 중독인 환자에게도 의사의 설명이 새로운 삶에 대한 동기부여가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한편, 권용진 원장은 “꼭 진료시간이 길다고 해서 좋은 것은 아니다. 노인환자의 경우 의사가 알아서 빨리 진료해주기를 바라기도 하고, 20대 젊은이들의 경우 자신의 상태를 자세하게 말하고 싶어도 어떻게 하는지 모르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권 원장은 “다만 ‘초진환자 30분, 재진환자 10분 이상 진료’를 통해 어떤 진료환경이 환자와 의사에게 가장 좋은지를 찾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시립병원인 북부병원과 같이 1명의 환자에게 많은 시간을 투자할 수 있는 병원은 그리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란 지적도 있다.
이에 권 원장은 “북부병원이 현재 진행하고 있는 것은 실험이다. 충분한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환자와 의사에게 긍정적인 결과가 나온다면 현실을 바꿔야 하지 않겠나”고 반문했다.
그는 “3분 진료를 할 수 밖에 없다는 제도적 문제점들을 바꿔나가야지 환경에 끌려다니면 옳지 않은 길을 계속 가는 것은 맞지 않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