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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 의사의 힘겹고도 어려운 남한 의사 되기
아내 치료비 마련 위해 유리창 닦다 추락사, 총 91명 응시 24명 합격
[ 2016년 08월 20일 05시 50분 ]

북한에서 의사, 간호사 등 의료인으로 근무하다 탈북한 주민들이 한국에서 의료인으로서 활동하기에는 현실적인 장벽이 높은 모습이다.


지난 18일, 북한 함경북도 청진에서 산부인과 의사로 일하다 10년전 가족과 탈북해 한국으로 온 故김성구씨(48)가 최근 인천에서 빌딩 유리창을 닦다가 추락해 숨진 사실이 전해졌다.


고인은 간질환과 고혈압 등에 시달리는 아내를 치료하기 위해 딸을 데리고 탈북해 2006년 입국했다.
 

이후 남한에서 의사로서의 삶은 없었다. 아내의 치료비와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공사장에서 막노동했고 2010년 인천의 한 용역업체에 취직해 건물 주차 관리와 청소 등을 해왔다.


지난 2012년 한국에 정착한 40대 한 탈북여성 역시 북한에서 내과의사로 일하며 안정적인 생활을 했었으나 남한에서는 공장 노동자로서의 생활을 택해야 했다.


이처럼 북한에서 의사였거나 의료인으로 활동했어도 한국 의료체계와 수준 등의 차이로 자격 취득이 어려운데다 시험을 준비할 경제적 형편이 안 되는 경우가 많은 실정이다.


19일 데일리메디가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1998년부터 2016년 현재까지 의사 국가시험 응시자격을 취득하기 위해 신청한 탈북 의사는 87명이었고 이 중 47명이 응시자격을 얻었으며 취득자는 24명에 불과했다.


그런데 이 기간 동안 의사 국가시험에 응시한 총 인원은 실제 응시자격을 취득한 47명보다 두 배정도 많은 91명으로 집계됐다.


이에 대해 국시원 관계자는 “응시자격을 취득한 47명 중 다수가 시험에 낙방해 재수, 삼수 등 계속 응시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즉, 탈북의사들이 시험에 봐도 합격해 면허를 따는 것은 쉽지 않다는 얘기다.
 

남북하나재단의 '북한이탈주민 우리의 착한 이웃입니다' 캠페인

북한 이탈 의료인이 남한에서 의료활동을 할 수 있는 면허를 취득하려면 학력인증 절차를 거쳐 국가시험 응시자격 인정심사, 의사고시를 통과해야 한다.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북한 의사들의 학력과 자격을 국내에서도 인정하지만 대부분 서류를 소지하지 못해 확인이 불가능하다.


이에 국시원이 북한에서의 의료활동과 해당 학문의 기초 및 전문지식, 업무수행지식 등을 심사해 국가시험 응시자격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


의사의 경우 자격을 증명한 후 응시자격을 얻더라도 오르기 벅찬 큰 산이 놓여있다.


탈북 의사 대부분 의학용어 및 의료기술 차이 때문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의학용어의 경우 한국은 주로 영어 중심인 반면 북한은 러시아어나 라틴어가 주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국시원 관계자는 “남북한 의료교육 및 임상에서 의료기술 등이 현저하게 차이가 나기 때문에 응시 자격 취득 비율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게다가 시험을 몇 년씩 준비하는 것도 녹록하지 않다.


통일부 산하 남북하나재단 관계자는 "북한에서 의사였거나 의대를 졸업했어도 의료체계와 기술수준, 의료용어 차이 때문에 독학으로는 의사 자격을 취득하기 어렵고 2∼3년씩 시험을 준비할 경제형편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남북하나재단은 탈북 의사와 의대 졸업생들이 한국에서 의사 자격을 따는 것을 돕기 위해 '보건·의료분야 탈북민 교육·훈련 프로그램'을 마련해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1998년부터 현재까지 약 20년 동안 국내 의사 국가시험에 응시한 인원은 91명. 이 중 의사 자격을 취득한 탈북자 수는 24명이며 이들이 병원 취업에 성공해 의료 활동을 하고 있는지 여부는 파악되지 못했다.


한편, 직종별로 1998년부터 현재까지 국가시험 응시자격을 취득한 북한 이탈 의료인 중에서 의사가 47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간호사 6명, 약사 4명, 치과의사 3명, 한의사 3명, 치과기공사 2명, 한약사 1명 순이었다.

허지윤기자 jjyy@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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